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이 지난달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구글 I/O 2015’에서 사물인터넷용 운영체제 ‘브릴로’를 발표하고 있다. 구글 제공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이 지난달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구글 I/O 2015’에서 사물인터넷용 운영체제 ‘브릴로’를 발표하고 있다. 구글 제공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구글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개발자콘퍼런스 ‘구글 I/O 2015’에서 IoT용 운영체제(OS) ‘브릴로’를 발표했다. IoT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가 통신망으로 서로 연결돼 사람이 일일이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OS인 타이젠과 IoT 개발 도구인 ‘아틱’을 내세워 IoT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구글이 세계 모바일시장의 80%에 이르는 안드로이드 점유율을 기반으로 브릴로 확산에 나서면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애플도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5’에서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을 발표하면서 IoT 경쟁에 가세했다.

IoT 공략 나선 ‘모바일 제왕’

구글은 브릴로를 통해 그간 여러 개로 쪼개져 있던 IoT 플랫폼 통합에 나섰다. 그동안 스마트홈 플랫폼 ‘네스트’, 웨어러블(입는) 기기용 OS ‘안드로이드웨어’, 차량용 OS ‘안드로이드오토’ 등을 내놨지만 이들을 묶어주는 OS는 없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브릴로는 모든 IoT 기기를 통합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릴로의 특징은 개방성이다. 피차이 부사장은 “안드로이드에서 파생된 형태로 광범위한 하드웨어 플랫폼과 칩셋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다양한 하드웨어 제조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개방 전략으로 세계 스마트폰 OS시장의 80% 이상을 점령했다. 스마트폰 OS 안드로이드와 같은 전략으로 IoT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3분기 중 개발자에게 브릴로를 공개할 예정이다.

브릴로와 함께 발표한 위브는 구글 IoT 생태계의 통신 언어다. 브릴로는 IoT 시스템의 구동을, 위브는 IoT 기기와 클라우드 서버, 스마트폰 사이의 통신을 담당한다.

삼성·애플과 주도권 경쟁

모바일시대 하드웨어인 갤럭시와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로 세계 시장을 함께 평정한 삼성전자와 구글은 IoT 시대엔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IoT OS인 타이젠과 아틱으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올해 초 타이젠을 내장한 스마트TV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12일 아틱을 발표했다.

아틱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통신칩, 센서 등으로 구성된 개방형 IoT 개발 플랫폼이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각 분야의 IoT 기기 개발자들은 아틱을 활용해 보다 빠르고 손쉽게 혁신적인 IoT 기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도 지난 8일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5’에서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홈’을 통해 가정 내 기기를 관리한다. 중국 제조사들도 가세했다. 중국 샤오미는 스마트홈 플랫폼 ‘미홈’을, 화웨이는 초경량 IoT OS ‘애자일 IoT’를 선보였다.

구글 포토스로 클라우드 장악

구글은 브릴로에 이어 무료 사진저장 서비스 ‘구글 포토스’를 내놓으며 치고 나갔다. 구글 포토스는 구글이 제공하는 가상공간에 고해상도 사진·동영상을 무제한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클라우드가 IoT의 핵심축 중 하나임을 감안할 때 구글 포토스는 IoT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구글의 노림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공지능 기술로 사용자의 사진을 분석해 최적화된 광고를 내보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글의 ‘평생 무료’ 선언으로 클라우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유료 사진 클라우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드롭박스’에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마존이 연간 99달러를 내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무제한 사진 저장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 역시 무료는 아니다. 애플 등 경쟁사들이 무료화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