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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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주 경북대 교수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가진 스마트 시계를 손목에 찬 채 그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엑스코 제공. | |
27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제9회 대한민국 IT 엑스포'. '사물인터넷 특별관'에서 만난 경북대 강순주 IT대학 교수는 손목에 찬 스마트 시계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
강 교수는 대구에서 열린 IT엑스포 사상 처음 마련된 사물인터넷 특별관에 퓨전소프트, 알앤유, 태영산업 등 지역 3개 업체와 함께 참여했다. 그는 2011년 지식경제부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플랫폼기술개발 사업' 1순위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사물인터넷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자신이 센터장으로 있는 '경북대 자율군집 소프트웨어 연구센터'도 그때 발족했다.
자율군집이란 새나 벌이 옆 동료의 움직임에 반응해 떼로 움직이는 것처럼, 사물과 사물이 저절로 통신(반응)해 동작한다는 의미다. 이게 무슨 말일까.
"이 스마트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거죠."
강 교수가 개발한 'PAAR'(Personal Activity Assist & Remind)이란 이름의 스마트 시계는 주변 단말기를 스스로 찾고 통신하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했다. 응용 사례는 무궁무진해진다.
이 스마트 시계를 착용한 사람이 외출했다 귀가해 현관 앞에서 섰다 치자. 문 손잡이가 이 시계를 인식해 자동으로 잠김이 해제된다. 건망증이 심한 노인이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 놓은 채 깜빡 잊고 대문을 나선다면 시계에서 가스레인지 불을 확인하라는 알람이 울린다. 방에 들어오기만 해도 전등은 시계에 반응해 저절로 켜진다.
이는 시계 주인의 일상적인 행동들이 어떠한 설정 없이도 시계에 자동 저장돼 개인행동에 대한 '블랙박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은 특히 건강 분야에서 더 똑똑함을 발휘할 수 있다. 환자가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제때 먹었는지 등이 스마트 시계 안에 저절로 담긴다. 스마트 시계는 헬스 트레이너가 지시한 운동 처방을 기억하고 있다가 러닝 머신에게 자동 지시한다.
특히 이 스마트 시계는 내부 칩의 용량이 매우 작고, 사물과 반응할 때만 켜지므로 베터리 수명이 매우 길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실내 위치 기반형 IoT 기기인 '슬림 허브'(Slim hub)도 개발했다. 이 슬림허브를 각 가정이나 사무실에 설치하면 스마트 시계를 이용해 해당 공간에 존재하는 가전제품, 주방기구, 스마트폰, 프린터기 등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하려면 스마트 시계와 통신하는 모든 사물에 전자 태그가 부착돼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는 '표준화'라는 숙제로 이어진다.
강 교수는 3년간의 연구 끝에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그 잠재력을 눈여겨본 국내 한 자동차 회사와 조명 기계 회사로부터 벌써 시제품 구매 요청이 들어왔다. "스마트 시계로 차 시동을 걸 수도 있다"는 그는 "본격적인 사업화를 위해 올해 4월 연구소기업인 'iLBS'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특히 연구원들과 함께 순수 토종 기술로 이 제품들을 만들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애플, 구글 등 해외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자들이 국내 IT산업환경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이바지하기를 바랍니다."